배우 천호진이 또 한번 명품 연기를 펼쳤다.
천호진은 지난 8월 29일 종영한 JTBC 금요시리즈 '착한 사나이'에서 한때 잘나가는 전국구 건달이었으나, 현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박실곤' 역으로 열연했다.
천호진은 슬하에 세 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박실곤이 지닌 과거의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은퇴한 뒤에도 후배 건달들이 여전히 중요한 대소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찾는 큰 어른으로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천호진은 하나뿐인 아들 박석철(이동욱 분)을 건달의 세계로 이끈 것이 천추의 한인 박실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지만, 은연중에 걱정을 드러내며 박실곤만의 애정을 표현했다. 박실곤은 박석철이 칼에 찔려 의식불명 상태에 놓이자, 그제야 "너를 이 길로 들이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눈물 젖은 눈으로 후회와 회한이 담긴 속내를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천호진의 연기력은 막내 딸 박석희(류혜영 분)가 유학 갈 돈으로 대출 빚을 상환했다는 소식을 접한 장면에서 단연 빛났다. 가족 때문에 꿈을 포기한 딸을 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박실곤은 망연자실했다. 박실곤은 "내가 딸내미 앞길을 막았다. 참 못났다"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렸다.
숨길 수 없는 '딸바보'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박석희가 먼저 애교 있게 안기자, 겸연쩍은 듯 툭툭 멋없는 말을 내뱉던 박실곤은 딸의 손등을 가만히 톡톡 두드려줬다. 속깊은 딸의 위로에 아버지의 눈시울 역시 금세 붉어졌다.
이렇듯 천호진은 가족을 위해 책임과 희생을 묵묵히 감내하는, 가장의 고뇌를 흡입력 있게 녹여내 몰입도를 높였다. 이름만으로도 작품에 무게감을 더하는 천호진은 삶을 관통하는 연기로 매회 감탄을 자아냈다. 박실곤이 세 남매를 이끄는 중심축이듯, 천호진은 극에 깊이감을 더하는 중심인물로 또 한 번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