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조명이 내리쬐는 듯한 후광과 함께 천호진이 등장했다. 익숙한 대지의 질감은 사라지고, 성스러운 빛이 환하게 감도는 공간. 그의 미소 뒤에는 한없이 따스함이 스며 있었으나, 다시 한 번 눈빛이 번뜩이는 순간, 공기마저 팽팽히 긴장됐다. 천국과 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자리에서 모든 시선이 자연스레 천호진에게 모였고, 친근함과 경외심이 동시에 일렁이는 장면은 한 편의 오래된 성화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에 남았다.
배우 천호진이 지난 20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천국지원센터장 역으로 처음 등장했다. 천호진은 천국의 질서를 총괄하는 인물로, 등장과 동시에 신성한 존재감을 단숨에 뿜어냈다. 특히 해숙(김혜자)과 낙준(손석구) 앞에 후광을 두른 모습으로 나타나 신비로우면서도 권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짧은 듯 굵은 첫 등장에서 천호진은 진중함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을 펼쳤다. 보좌관에게 순대국밥을 추천하는 유머러스한 장면, 천국 내 동호회 활동까지 능청스럽게 홍보해 보여준 코믹한 면모는 무게감과는 또 다른 여유를 보여줬다. 이러한 코미디와 위트도 그의 묵직한 존재감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날 오리엔테이션 장면에서 천호진이 맡은 센터장의 본능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천국의 신입 주민들에게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천국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들었다. “여기서도 잘못하면 지옥에 갈 수 있다”는 경고 한 마디는 듣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코미디와 진지함이 공존하는 천호진표 연기의 정수가 살아 숨쉬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명을 얻어 온 천호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친절한 미소와 매서운 호통, 두 얼굴의 센터장을 한 치의 힘 빼지 않고 완벽히 소화했다. 그가 연기한 센터장은 단순히 따뜻함만이 아니라, 규율과 위트까지 겸비한 인물로 천국의 질서와 평화를 상징했다. 실제로 따뜻한 온기를 품은 말 한마디가 이내 ‘지옥’이라는 날 선 경고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반전을 선사했다.
방송 말미, 앞으로 센터장이 해숙과 낙준을 비롯해 천국 주민들과 어떤 인연을 그려나갈지 예고된 가운데, 천호진만의 절제된 연기력과 대체불가한 존재감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성스러움과 유머, 다정함과 엄격함이 교차하는 그의 센터장 연기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되는 JTBC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이어질 전망이다.